도서관에서 일어난 일(2)- 68년 만에 반납된 책 도서관 이야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시면 연체하지 않으시고 제 때에 반납하십니까? 아래의 기사는 68년 만에 반납된 책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아시죠?  절대 집에서 따라하면 안된다는거..

캘리포니아 주 소노마(Sonoma) 군에 있는 발레호(Vallejo)시의 존 에프 케네디 도서관에서 68년 전에 대출되었던 책이 마침내 반납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83세의 로이스 스완슨 여사는 지난 1938년 고등학생 시절에 숙제를 하기 위해 1914년 판 “The History of England & Great Britain,” 을 도서관에서 빌려갔었는데 그 책의 원래 반납일은 1938년 9월 12일 이었다고 합니다.

그 해에 두 번의 이사를 했던 로이스는 이사를 하는 와중에 상자 안에 넣어 두었던 도서관 책을 잊고 반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 학교에 진학했다가 육군에 지원하여 이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필리핀으로 파견되었다고 하는 군요. 필리핀에서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 로이스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 했으나 장차 남편이 될 빌 스완슨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의 출생이 이어지면서 결국 학교로 돌아가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68년만에 책을 돌려받은 도서관에서는 이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을 했다고 하는군요. 40년 동안 연체된 책이 종전의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책의 상태나 출판 연도로 보아 아직까지 이런 책이 도서관에 남아 있다면 아마 도서관 후원회의 정기 헌책 시장에서 팔렸을 것이라고 도서관에서는 말했다고 합니다. 결국 로이스는 도서관에 20 달러를 기부하고 그 책을 다시 집으로 가져갔다고 하는데요. 만일 도서관 규정대로 연체료를 받는다면 약 1200 달러정도의 연체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책이 도서관 목록 시스템에도 없는 책이라 연체료 고지서를 발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리고 도서관으로서도 만일 그 책을 돌려 받는다고 할 때 도서관 컴퓨터 목록에 입력하고 각 종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등 오히려 더 많은 일거리를 만들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때로 우리에게 과거의 일들은 매우 거리가 먼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거리 때문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의미가 없기 떄문에 거리가 있는지도 모르지요.

68년 전 1938년은 독일에서 유태인들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한 최초의 사건이라 할 수있는 "수정의 밤" 사건이 일어난 해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일제가 중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을 금지시키면서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를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지십니까? 그럼 이건 어떤가요. 물론 역사적인 사실은 아니지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에서 순진한 시골 청년 귀도가 고물차를 타고 도시로 와서 아내가 될 도라를 처음 만나는 것이 영화상으로는 1938년 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합니다. 같은 시간 지구상의 한 곳에서는 장미빛 꿈에 부푼 10대 소녀가 숙제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있을 때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공포에 떨고 있는 유태인 소녀가 있었을 것이고 지구의 또 다른 한 곳에서는 자기 나라 말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 하게 된 소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소녀들 중의 일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서 학살당하고 또 일부는 일본군의 성적인 노리개가 되기 위해 끌려가야 했겠지요.

이 기사를 읽으며 68년 전에 빌린 책을 그대로 고이 간직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되어 있었던 이 사람들의 사회가 부러웠습니다. 지구 상의 다른 곳에서라면 몇 차례 겪은 전쟁의 와중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불타버렸고, 어쩌면 책을 빌렸던 소녀도 살아 있을 수 없었겠죠.


* 이 글과 글 속의 이미지는 아래의 웹페이지들을 참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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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liomedia : 도서관과 연체료 2008-07-30 10:52:13 #

    ... 쌓이다 보면 급기야 그것 때문에책을 아예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종종 몇 십년만에 책을 반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옵니다만 아주 특수한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도서관들마다 장 ... more

덧글

  • MD-egg 2006/11/14 07:21 # 답글

    68년 동안이라면…. 마지막 두 문단을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요, 책을 빌린 시점보다 늦게 태어나서 일찍 죽은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을 것 같아요.당장 기억나는 사람은, 음… 고 쥬세페 시노폴리 선생(1946∼2001)… +_+;
  • Clio 2006/11/14 07:45 # 답글

    MD-egg 님/ 그렇죠.. 시노폴리의 이름을 오랫만에 듣습니다. 그래도 시노폴리는 죽으면서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다가 죽는다는 것,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는게 우리 인생이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하다가 그 일을 하면서 죽는다는 것은 행운이라 할 수 도 있지 않을까요. 시노폴리가 지휘하는 비제의 카르멘 서곡이 Youtube 에 올라있던데 보셨습니까?
    http://www.youtube.com/watch?v=yo_ntXCzJpY
  • Kristine 2006/11/14 08:26 # 답글

    음 도서관 후원회의 정기헌책 시장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집에 library call number가 있는 책이 세권 입니다. 아버지가 놀라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갖다줘야지.. 하면서 놀라시더군요.. 헌책시장에서 산거야 하면서 의기양양했습니다. 책이 티토곱비 자서전이었거든요.. 호호호... 그런데 저 만화에 있는 컴퓨터는 제 컴이랑 같네요...


    시노폴리... 저는 솔직히 그 사람이 세상을 떳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누가 루머를 만들구나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리톤 레너드 워렌도 무대위에서 공연하다 가셨지요.. 디누 리파티도 일찍 떠났고, 제클린 듀프레도.. 그렇게 보면 제 자신도 저의 끝이 언제일지 모르겠어요..어째 다 음악하는 사람이냐..
  • MD-egg 2006/11/14 14:32 # 답글

    아, 지금 막 보았어요. 드레스덴의 젬퍼 오퍼 광장에서의 갈라 콘서트… 저 영상물 분명 이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타이틀이 기억이 안 나네요. +_+ 육중하면서도 날렵한 시노폴리의 음악 만들기! 즐거웠습니닷. ^^
  • BoHemiAN 2006/11/14 19:41 # 답글

    ㅎㅎ 드레스덴... 저런 클래식음악의 향연은 들을수 없었지만 토요일 락 페스티발 덕에 실컷 떠들고 놀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68년만의 반납이라.. 이런저런것을 떠나서' 한 소녀가 숙제를 위해서 도서관을 이용한다.. '는 이것만이 글을 읽고난 제 기억속에남아있는 이유가뭘까요.. 부럽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 Clio 2006/11/15 16:47 # 답글

    Kristine 님/ 저도 도서관 헌 책 시장을 애용합니다. 종종 도서관에서 진짜 빌린 책과 시장에서 구입한 책이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그나저나 맥 유저이시군요. 저도 5년쯤 된 파워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디누 리파티나 제클린 듀프레의 이름과 함께 짐 모리슨과 지미 헨드릭스, 그리고 제니스 조플린의 이름도 같이 기억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사람들도 무대에서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요..
    Kristine님의 얼음집에 클래식만을 좋아하신다는 글이 있길래 딴지(?) 걸어봅니다. 가끔은 간식도 좀 드세요. ^^

    MD-egg 님/ 가끔식 시노폴리의 모습을 볼 때면 리카르도 무티와 비교가 됩니다. 같은 이탈리아 태생이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다른 외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물론 지휘자들의 외모와 음악이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티나 카라얀 처럼 외모로도 한 몫하는 사람들보다는 시노폴리의 모습이 훨씬 성실하고 진지해 보입니다. 물론, 무티나 카라얀이 불성실하거나 음악에 덜 진지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

    BoHemiAN 님/ 저도 한 번 드레스덴의 그 광장에 가보고 싶군요. .. 역사 곳의 큰 사건들 속에서 우리 개개인의 작은 일상들은 묻혀 버리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설사 내가 죽어도 여전히 내일 해는 떠오르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일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흘러가겠지요. 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고 내 가족이 기억하고 있는 그 작은 일들이 우리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는 역사이겠지요. 그러한 작은 역사들이 보존되고 이야기되는 그런 분위기가 저는 참 부럽습니다.
  • kristine 2006/11/15 17:37 # 답글

    웅 모르는 이름이네요... 구글링 해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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