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Caravaggio) 와 16세기 유럽의 타짜 (1)에서 이어집니다.
사기 도박에 대한 그림으로는 카라바조의 그림이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 이전에도 이러한 사기 도박이나 소매치기 등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만큼 당시에도 흔히 보이던 모습이라는 증거이겠지요. 그 중 한 가지가 아래에 보시는 히에로니무스 보쉬(1450-1516, Hieronymus Bosch)의 "마술사( The Conjurer)"라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에서는 마술사가 한 편의 마술을 보여주고 있구요. 관객 중의 한 사람은 목을 쭉 빼고는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의 뒤에 서 있는 남자는 무엇인가를 훔쳐내고 있습니다. 고개를 위로 들고는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서 있지만 아래의 손은 마술사에게 넋을 빼앗긴 앞사람의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 가 있습니다. 마침 그 남자의 옆에서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이 소매치기를 가리키고 있군요.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면 중앙에 있는 어린이는 넋을 잃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광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입니다.
실제 보쉬의 이 그림은 그 당시에 사회에서 통용되던 몇 가지 속담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소매치기의 현장'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이 외에도 이 그림에는 많은 상징과 은유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 그림의 모든 것을 해부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카라바조 이 후 나타난 본격적인 도박의 속임수와 관련된 그림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은 첫 번째 작품은 프랑스의 화가 조르쥬 드 라 투르(1593-1653, Georges de LA TOUR, 발음을 맞게 했나 모르겠습니다. 잘못되었으면 알려주십시오.)의 "클로버 에이스의 속임수(The cheat with the Ace of Club, 1635-1640)"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로렌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평생을 보낸 이 화가는 세상을 떠난 후 300여년간 완전히 대중들에게는 잊혀졌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반에 들면서 이 사람의 작품들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생애나 작품 등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는 화가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그린 두 장의 비슷한 도박 그림이 전해 지고 있는데요. 한 장은 클로버 에이스를 바꿔치기 하려는 그림이고 다른 한 장은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바꿔치기 하는 그림입니다.
이 작품 역시 카라바조의 그림과 같이 텍사스 주 포트 워드의 Kimbell Art Museum에서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림의 중앙에 있는 귀부인이 이 속임수의 주인공입니다. 입을 꼭 다물고 도박판에서 앉은 그녀의 얼굴은 문자 그대로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 입니다. 하지만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요? 그녀의 눈동자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앞에 있는 '식구'에게 자기가 필요한 클로버 에이스를 달라고 눈과 손으로 신호를 하면서 또 하녀에게는 오른 쪽에 있는 순진한 '호구'에게 마실 것을 권하게 하여 주의를 돌리려하고 있습니다. 정신 없이 카드만을 보고 있는 '호구'와 달리 이 속임수에 참가하는 공범자들의 눈은 모든 것을 살피며 '호구'가 속임수를 눈지채지 못하게 하려 합니다. 와인 병을 들고 있는 하녀의 눈은 마치 컨닝을 앞두고 감독관의 눈치를 살피는 학생의 눈처럼 긴장되어 있고 날카롭지 않습니까? 이 정도로 세사람이 짜고 치는 "고돌이"(?) 에 넘어 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 런지요.
다음으로 소개하는 그림은 역시 같은 시기의 프랑스의 화가로서 주로 로마에서 활동한 발렌틴 드 볼로뉴(1591-1632, Valentin de BOULOGNE) 의 "카드와 주사위 놀이를 하는 군인들 (Solders Playing Cards and Dice, 1620-1622)"이라는 그림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 )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화가이자 유리 세공사였던 아버지에게 그림 수업을 시작했다고 알려지는 발렌틴은 젊은 시절부터 로마에 와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로마에 산재한 카라바조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속임수 도박의 테마에서부터 강한 명암의 대비를 이용하여 인물을 부각시키는 기법까지 카라바조의 영향이 여실히 그림에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웬지 카라바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턱을 괴고 상념에 빠진 '호구'의 모습이 보이구요 그 뒤에서 열심히 신호를 해주고 있는 사람과 여유롭게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상대를 보고 있는 타짜의 모습이 보입니다. 비록, 여유 있게 앉아 있지만 그의 손은 카드를 만지며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테이블의 다른 한 쪽에서는 주사위 놀음이 열심이군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도박이 중요한 오락 수단의 하나였던 것은 틀림 없는것 같습니다.
다음은 플랑드르 지방(현대의 벨기에--* ghistory 님의 설명을 추가합니다. (2008년 12월 24일) 혹은 플란데런: 가장 광범위하게는 현재의 프랑스 동북부에서 네덜란드 남부까지를 통칭합니다.)의 브뤼허에서 활동한 야콥 판 오스트, 엘더 (1603-1671 Jacob van Oost the Elder)의 작품인 "카드를 속이는 군인들이 있는 실내(An Interior With Soldiers Cheating At Cards, 1634)" 입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아들과 손자가 모두 화가였던 관계로 엘더라는 별칭으로 구분이 되는 이 화가는 벨기에의 브뤼허에서 태어나 활동했고 1651년부터는 브뤼허 시의 공식 화가가 되었던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남긴 대부분의 그림은 종교화와 유력 인사들의 초상화였지만 몇 몇 풍속화도 남아있는데 위의 작품이 그 중 하나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등(혹은 촛불)에서 나온 빛이 등장 인물들을 비추고 있는 실내의 모습에서 극적인 명암의 대비로 유명한카라바조의 영향이 보입니다. 이 그림에서도 역시 화면 오른 쪽에서 카드를 몰래 살펴보고 신호해 주는 사람과 허리 뒷부분에 카드를 감추고 앉아 있는 타짜가 보입니다. 지금 보기에는 유치한 수법같지만 당시에는 아주 많이 애용된 수법이었나 봅니다. 그리고 '호구' 옆에 앉은 여성까지 어찌보면 모두가한 패거리인것 같아 보입니다.
자 이렇게 도박에서 뻔한 속임수가 사용되다보면 종종 문제가 일어납니다. 가장 흔한 것이 도박하는 사람끼리 벌이는 싸움이겠지요. 아래의 그림을 보십시오.
위 의 그림은 네덜란드의 풍속화가로 알려진 얀 스테인(1626-1679 Jan Steen)의 작품인 "도박사들의 싸움(Gamblers Quarreling 1665, Detroit Institute of Art 소장)"입니다. 바닥을 보십시오. 카드와 주사위 놀음 도구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에 주저 앉다시피한 아저씨의 손에 들린 것이 술병인것 같군요. 그리고 반대편에서 칼을 뽑으려는 상대, 뒤에서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는 사람과 그 와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까지 마치 헐리우드의서부 영화 한 장면 같기도 합니다. 술과 사기 도박이 함께 등장할 때,그 결과는 누구나 짐작할수 있는 것입니다.
도박을 통해 얻는 수입은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중독성이 있다는 심리학자의 연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즉, 똑같은 도박을 하더라도 어떤 때는 만 원을 따고, 어떤 때는 십 만원 혹은 백 만원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중독성이 더 있다는 것입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한 개의 먹이가 나오도록 설계된 기계와 버튼을 누르는 횟수와 관계 없이 무작위로 먹이가 나오도록 설계된 기계를 두고 동물 실험을 했는데 먹이가 무작위적으로 나오도록 설계된 기계를 접한 동물들은 거의 하루 종일 버튼만 누르더라는 것입니다. 반면 공식적으로 누를 때마다 하나씩 먹이가 나오는 기계를 접한 동물들은 필요할 때만 버튼을 누르더라는 것이지요.
아무리 좋은 말로 미화하더라도 도박으로 인한 최종적인 결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한방부루스 내지는 한탕주의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현실과 적어도 나는 잃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그 유혹을 끊기는 힘든 일이겠지요. 부디 이러한 착각 속에 빠진 사람들이 하루라도 빨리 깨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꼭 도박을 하지는 않더라도 한 방에 어떻게 하려는 생각은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모두 위험한 일입니다.
아래에는 마지막으로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도박 그림을 올립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활약한 미국의 화가인 캐시어스 마르셀루스 쿨리지(1844-1932,Cassius Marcellus Coolidge)가 그린 "어려울 때의 친구(1870, Friends in Need)" 란 그림입니다. 꼭 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개들을 등장인물로 한 쿨리지의 그림은 당구장이나 술집 같은데서 한 번 씩은 보셨을 겁니다. 두 마리의 불독이 하고 있는 '발장난'에 주목해 주십시오. ^^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그림들의 출처입니다.
- Flowers, A., Curtis, A., & Neiman, L. (2000). The Art of Gambling Through the Ages. Huntington Press.
- Thompson, W.N. (2001). Gambling in America: An Encyclopedia of History, Issues, and Society. Santa Barbara: ABC-CLIO.
- Macmillan Publishers, Grove's Dictionaries, Inc, & Bridgeman Art Library. (1999). Grove Dictionary of Art Online. New York: Grove's Dictionaries, Inc.
- Gaming Art Gallery from the 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 Cheating and Art from Cardshark online
- Mark Harden's Artchive
- ARC International - The Art Renewal Center
* 서양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Mark Harden's Artchive 와 ARC International 을 꼭 방문해 보십시오. 아주 많은 고화질의 그림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