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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와 어린이 군인(Child Soldiers)
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를 보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한 편의 극영화를 보았다기 보다는 아주 흡입력이 강한 다큐멘타리를 보고난 느낌입니다. 1999년 내전이 한창인 서아프리카의 시에라 리온 을 배경으로 정부군과 반군,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유통되는 다이아몬드, 가난한 어부와 어린이 군인(child Soldier)등 현대 아프리카가 가진 많은 문제들이 영화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국제적인 스타가 출연하는 한 편의 액션영화가 아니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를 통해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최근 아프리카의 현실을 다룬 '호텔 르완다(Hotel Rwanda)'와 '콘스탄트 가드너(The Constant Gardener)'같은 영화들을 보았었는데 이 영화만큼 극적인 흥미와 메세지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영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매우 훌륭했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잔인하게 살해 당하는 부모를 보았고 그리고 나서는  용병으로서 아프리카 각지에서 싸우다가 은퇴하여 현재는 분쟁 지역을 돌며 다이아몬드를 밀수하는 30대 초반의 역할을 큰 무리 없이 해낸 것 같습니다. 점점 더 예전의 치기 어린  미소년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에라 레오네의 어부 역할을 한  배우
지몬 혼수(Djimon Hounsou) 의 연기가 더욱 돋보였습니다. 아들을 찾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아버지의 연기는 아프리카 출신 배우로는 아카데미에 처음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그의 경력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나중에 보실 분들을 위해 줄거리는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줄거리 보다는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몇 몇 에피소드들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에서 무기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말합니다. 국제 협약에 따라 이러한 분쟁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는 유통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그것은 겉으로의 이야기 일 뿐 실제로는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사람들을 착취하여 찾아낸 다이아몬드가 교묘한 방법을 통해 유럽과 미국의 고객들을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돈은 분쟁 지역에서 무기를 구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미국인 기자에게 "미국 여자들이 동화 같은 결혼식과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계속해서 원하는 한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자막에서도 이러한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결국 이것을 막는 일은 소비자들에게 달린 일이라고 합니다. 물론 제가 다이아몬드를 살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설사 그럴 여유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입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하게 와닿은 것은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어린이 군인들(Child Soldiers)의 모습이었습니다. UN 에서는 현재 25만명의 어린이 군인들이 전세계에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수가 아직도 아프리카의 각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 군요. 공식적으로 어린이 군인이라고 할 때에는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들로서 전투에 참가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홉살 정도의 어린 나이에도 자기 키 만한 총을 들고 싸우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이러한 어린이들을 세뇌하여 무자비한 학살에 참여시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술과 마약을 통해 두려움과 죄의식을 잊게 만들고, 심지어는 부모 마저도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버린채 명령받은대로 아무런 감정없이 기계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이 어린이들의 모습은 무섭다기보다는 너무나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Coalition to stop the use of Child Soldiers 에 따르면 이러한 어린이 군인들은 분쟁 지역에서 갈 곳을 잃은 고아들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에 묘사된 것 처럼 납치를 통해 세뇌되고 군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살아살 길이 막막하여 먹을 것을 주는 군대에 들어가거나 혹은 부모과 가족의 죽움에 대한 복수를 위해  군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군요.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어린이 군인이 된 여자 아이들의 경우는 전투에 참가하는 경험 뿐만 아니라  다른 성인 군인들과 남자 어린이군인들에게 성적으로도 학대당하는 비참한 처지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국 군인들 중에는 전쟁을 통해 접한 처참한 모습들 때문에 미국에 돌아와서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인데 어린 나이에 온갖 잔인한 모습을 목격하고 또 직접 행해야 했던 이 어린이들이 받을 상처가 어떨지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전투에 참가함으로써 죽거나 불구가 되는 일은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씨에라 레오네 출신의 어린이들이 쓴 글들 을 Childsoldiers.org 에서 옮겨봅니다. 아이들이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 ...대부분의 아이들은 18세 이하이고 정치인들과 어른들에 의해서 정부에 대항해서 혹은 정부를 위해 싸우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 씨에라 레오네, 라이베리아, 르완다와 같은 곳에서 어린이들이 무력 분쟁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  어린이들은 4살에서 14살 사이로서 숲 속에서 훈련을 받고 마치 아생동물처럼 위험한 존재로 변합니다. 이 아이들이 전투 중에 먹는 음식 속에는 화학 물질이 들어가는데  이것 때문에 아이들은 숲에 번지는 산불처럼 더욱더 위험한 존재가 됩니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이 아이들이 AK-47이나 RPG 같은 중화기들로 무장하고 전국에서 고속도로나 마을을 공격할때 무자비하게 총을 쏘아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칼을 들고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뱃속의 태아가 사내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내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의 일부는 집을 불태우는 것을 좋아했는데 불길이 타오르는것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고한 시민을 죽이거나 임신한 여자들 혹은 마을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여자들을 (골라)강간하기도 합니다. ..." --- This is My Story by Mohamed Kuteh
울릭 퀴는  씨에라 레오네의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부모들과 함께 피난을 가던 중 반란군들의 총격에 부모를 잃고 반란군들에게 강제로 끌려가서 어린이군인이 됩니다.
"... 그 때 이후로 나는 완전한 어린이군인이 되었습니다. 코카인 주사를 맞았고 AK 47을 지급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최일선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는 등 온갖 종류의 나쁜 일을 했습니다. 내 몸은 완전히 마약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 번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8개월 만에 나는 대장이 되어 내 아래에 부하들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요 도시들을 공격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도시에는 좋은 집들과 돈이 가득 차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 내가 그런 (나쁜)일들을 했지만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 몸속의 마약들이 그렇게 한 것입니다. ... " --- My Life As a Child Soldier by Ulric Quee
이러한 이야기들은 비단 씨에라 레오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한 일들 때문에 참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죽였다는 것이 늘 나를 괴롭힙니다. 집에 돌아가면 전통적인 의식을 해야 합니다. 왜냐면 내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요. 이 의식을 통해 나 자신을 정화해야만 합니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가 죽였던 우리 마을 출신 소년의 꿈을 꿉니다. 꿈 속에서 그 아이는 내가 자기를 아무 이유없이 죽였다고 하고 나는 울고만 있습니다." --중앙 아프리카의 무장 단체에서 벗어난 16세 소녀의 증언(Source: U.S. State Dept. TIP Report 2005)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와서 형에게 민병대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냐고 물었어요. 그 때 형은 열일곱 살이었는데 아니라고 하자 그 사람들이 형의 머리에 대고 총을 쏘았어요. 그리고는 나에게 (지원서)에 서명할 준비가 되었냐고 또 물었어요. 제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죽고 싶지는 않았어요." -- 콩고, 13세에 군인이 되었는 소년의 증언(Source: BBC report.)
" 그 사람들은 총을 주면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라고 했습니다.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믿을 만한 존재인지 시험해 보자는 것입니다. 만인 내가 그 친구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 친구에게 나를 죽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러니 나는 그 친구를 죽일 수 밖에 없었지요. 내가 죽지 않으려면요.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조직에서 이탈했습니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거든요".---콜롬비아, 일곱 살때 집없이 길거리를 떠돌다 무장 조직에 참가했던 소년의 증언
* 위의 그림은 Ishamel A Kamara
라는 18세의 씨에라 레오네 학생이 그린 그림입니다.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부모님들께 선물을 받고 온 세상이 자기 것인냥 기뻐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반면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어린 나이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거친 일들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온갖 힘든 경험을 겪은 그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위안이 될 것인지... 아니 위안이라도 받도록 전쟁 속에서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다행이겠지요.
영화 속에는 이러한 어린이들을 모아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과 정성어린 설득에 세뇌되었던 머리와 얼어붙은 마음을 여는 아들의 모습도 나옵니다. 영화를 보고난 제 머리 속에서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고 믿지만 자신의 경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던 대사가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나쁜 일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자신의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을 서슴치 않거나 그 일을 남에게 시키는 나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나쁜 어른들에 의해 세뇌되고 강요당하여 그런 '나쁜' 일을 저지르는 어린이들마저 나쁘다고 욕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착찹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만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 보시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웹싸이트들과 그림의 출처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고  Child Soldiers 에 대해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아래의 웹싸이트들을 살펴보십시오.

by Clio | 2006/12/27 05:31 | 기타 등등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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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acifica at 2007/01/1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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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군 이야기 at 2007/02/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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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Cliomedia : 소년 .. at 2007/10/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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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arlowe at 2006/12/27 13:55
아주 오래 전에 [시티 헌터]라는 일본만화를 봤습니다.
거기서 주인공은 자신을 키워준 용병 대장이 준 마약에 취해 살육을 벌인 과거를 갖고있는 걸로 나옵니다.
그 때는 만화일 뿐이라고 생각했는 데, 한비야씨의 책이나 이 글을 보니까, 현실이 훨씬 참혹하군요.
링크하신 사이트에 차마 들어갈 자신이 없네요.
Commented by BoHemiAN at 2006/12/27 17:52
제가 마시는 커피와 먹는 쵸콜렛도 에티오피아와 코트디부아르의 핏방울같네요... 이해관계속에 얽힌 알력때문에 어린이들이 희생당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6/12/28 06:58
marlowe 님/ 어린이 군인으로서 직접 살육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의 증언을 읽어 보면 너무나 참혹합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공포와 죄의식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어른들이 주는 마약과 술에 취해서여서인지 그 아이들이 행한 일들은 차마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그러한 지옥에서 살아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들이 이 아이들을 평생 괴롭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제가 어른이라는 것 조차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그러더군요. "신이 아프리카를 떠난지는 오래되었다"고요...

BoHemiAN 님/ "에티오피아와 코트디부아르의 핏방울"이란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미국에 살다보니 "Fair Trade" "Economic Justice"니 하는 말들을 주위에서 많이 듣고 봅니다. 의식있는 소비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만 쉽지는 않군요. 그렇게 아프리카와 북한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결국 우리의 미래가 희생당하고 있는 것같아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조병환 at 2006/12/29 09:30
안녕하세요. 일간스포츠 조병환 입니다. 매번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일간스포츠 파워블로그 중 10여 분과 간단한 송년회를 회사 옆에서 열었습니다. 처음 만나시는 분들인데도 빨리 가까워 지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클리오 님도 한국에 계셨다면 함께 자리를 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
Commented by Clio at 2006/12/30 02:07
조병환 님/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저도 한국에 있었더라면 같이 참석했을텐데요... 온라인도 만나는 것도 편리하긴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직접 얼굴을 대하는 것이 훨씬 정감있고 좋지요. 내년 쯤에는 저도 참석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십시오.
Commented by pacifica at 2007/01/14 02:54
친구가 좋은 영화라고 추천해줘서 오늘 봤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봤는데 마음이 많이 무겁네요.
Commented by Clio at 2007/01/14 05:52
pacifica 님 / 자세히 보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지요. 최근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Lord of War 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역시 비슷한 문제들을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pacifica 님 아이디처럼 세상이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Commented by deutsch at 2007/01/22 09:33
멋진 글이십니다. 늘 느끼는 바지만,,,흑흑... 난 역시 공부가 부족해 ㅠㅠ;;;
Commented by Clio at 2007/01/22 12:37
deutsch 님 /부끄럽습니다. 도이치님께서 "부족하다"는 그런 말씀 하시면 다른 사람들은 정말 절망합니다. ^^
Commented by ghistory at 2008/12/23 17:24
시에라 레오네→시에라 리온입니다.

리베리아→라이베리아입니다.
Commented by Re씨 at 2009/01/23 09:50
오픈캐스트 'Re씨의 크리에이티비아'에서 님의 좋은 글 담아갑니다
http://opencast.naver.com/RE905
Commented by Clio at 2009/01/23 15:31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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