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여행기(3)-Archive II
*워싱턴을 다녀오고 나서 밀린 일 때문에 한 동안 바쁘게 지내고 나서인지 웬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 군요. 아마 잔뜩 복사해온 자료를 읽어야 하는 부담감도 한 몫을 하나봅니다. 그러다 보니 포스팅이 자꾸 미루어집니다.
*Archive II 의 전경입니다. 화면의 오른쪽에 전면이 유리로 된 부분이 자료 열람실 입니다.


앞 서 글에서 말씀 드렸던 것 처럼 제가 워싱턴에서 보낸 시간의 대부분은 메릴랜드주 컬리지 파크에 있는 Archive II 에서 였습니다.  그곳은 메릴랜드 대학의 부지에 지난 90 년대 초반에 건설된 6층짜리 빌딩인데 워싱턴 다운타운에 있는 Archive I 과 셔틀버스로 연결이 되어 있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도 방문할 수있는 곳입니다. 6층의 건물에는 각 층별로 다른 종류의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제가 주로 이용한 2층은 문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고 그 외에 사진 자료, 필름(동영상) 자료, 녹음자료, 지도, 전자 자료 등등 층별로 열람 할 수 있는 자료의 종류가 다르고 각 각의 자료에 맞는 열람 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Archive II 의 로비입니다.

건 물 입구에는 공항에서 이용하는 것과 같은 보안 시설이 있습니다. 그곳을 통과 하고 나서 랩탑 컴퓨터나 디지털 카메라 같은 기기들은 별도로 마련된 안내 데스크에서 따로 반입 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허가증에는 소유자의 이름과 기계의 시리얼 넘버가 적혀지는데 자료 열람실에 들어가고 나갈 때 이러한 기기를 휴대하고 있으면 반드시 반입 허가증도 같이 제시해야 합니다.

자료 열람실(Research Room)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마이크로 필름만 이용할 경우 자신의 신분증 만으로도 출입이 가능하지만 자료 열람실에서 원본 문서(Original Document)들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카드(Research Card)를 만들어야 합니다. 카드는 즉석에서 만들어지는데 먼저 아카이브의 이용과 관련된  15분 가량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즉석에서 사진을 찍고 카드를 발행해 줍니다. 자료 열람실 출입시 이 카드를 반드시 제시해야 합니다.

자료 열람실 출입시에는 연필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필기도구를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펜 종류는 절대 엄금입니다. 그리고 노트 작성을 위한 종이와 연필은 열람실 안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가방을 비롯한 개인 휴대품들은 지하에 있는 락커에 넣어두고 열람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최근 휴대를 허가하는 물품들은 랩탑 컴퓨터, 디지털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휴대용 소형 스캐너, 캠코더, 녹음기 등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기기들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고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상태로는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외투나 점퍼 류는 입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는 첫 날 앞에 지퍼가 달린 니트류 입었었는데 벗으라고 하더군요. 전면에 지퍼가 달린 옷의 경우 자료를 숨겨 나가기가 싶다나요.

일단 열람실에 들어가시면 제일 먼저 하실 일이 본인이 원하는 자료를 찾는 일이겠지요.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찾는 자료를 알고 가시겠지만 정확한 내용은 열람실에 있는 이른바 "finding aids" 를 참고 하셔야 할 겁니다. 이 finding aids 에는 자료를 그룹별로 분류하고 해당 자료 그룹(Record Group)의 보관 상자 별로 어떤 종류의 자료가 들어 있는지 세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대로 정리가 잘 된 자료들의 경우이고 어떤 자료들은 그저 박스 번호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층 문서 자료 열람실 전경입니다. 연구자들 주위로 문서가 든 회색 상자들이 보입니다.


처음 방문하는 연구자로서는 자기가 찾는 자료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럴 경우 아키비스트(Archivist)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아키비스트들도 자신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분야가 아니면 세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미리 방문하기 전에 이메일 등을 통해 자신이 찾는 자료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아키비스트와 연락을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료의 내용과 위치 파악이 끝나면 이제 자료를 신청해야 합니다. 예전의 폐가식 도서관 처럼 신청서를 작성해서 직원에게 주면 수장고에서 문서를 꺼내 줍니다. 주의 할 것은 신청을 받아 자료를 꺼내오는 것을 하루에 4회 밖에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신청이 들어 오면 모아두었다가 한 꺼번에 처리를 하더군요. 이렇게 신청을 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료가 도착하고 이제 자료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사를 하거나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다시 안내 데스크에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비밀해제가 된 문서들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그 안에서 아직까지 비밀 해제 되지 않은 문서들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아키비스트들이 그것을 확인한 후 발부하는 확인증을 받아야만 복사가 가능합니다. 제 느낌으로는 이 과정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서는 열람실 내에 있는 복사기를 30분 단위로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장당 15센트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더군요. 해상도가 좋아졌기 때문에 프린트를 하면 오히려 복사기보다 더 나은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휴대용 USB 스캐너를 가져와서 사용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랩탑도 당연히 사용가능합니다.

제가 워싱턴 DC 에 가면서 '제국의 수도'라는 표현을 썼는데 아닌게 아니라 아카이브에 있으면서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열람실 내의 분위기는 정말 국제적이었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 등 외국에서 온 많은 연구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해 보면 다들 자신들의 나라 현대 역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인데 미국의 아카이브에 자기들의 역사와 관련된 많은 관련 자료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2차 대전이 끝나고 일본에 진주한 맥아더의 연합군 최고 사령부
(Supreme Commander of the Allied Powers SCAP)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들이 이곳 칼리지 파크에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2차 대전 후 일본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자료가 되겠지요. 그 점을 인식해서 인지 일본 정부에서는 이러한  SCAP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필요한 인원과 자금을 NARA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자료들은 일찌감치 정리가 되었고 마이크로 필름으로 제작하여 한 부는 일본 국회 도서관에서 보관을 하고 있다는 군요. 그 결과 일본 연구자들은 미국에 올 필요없이 일본에서도 필요한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일도 이와 유사한 일을 했다고 하는군요. 해방 후 3년간 미 군정을 겪은 우리 나라의 경우도 역시 많은 자료들이 미국에 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들을 정리하시는 한국 연구자들이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비록 정부는 자기 기록도 아직 제대로 보관하지 못 하지만 말입니다.

1주일 가량을 그곳에서 보내고 나니 몇 몇 낯익은 얼굴들도 생겼습니다. 마지막 날은 제법 길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아마 논문을 끝내려면 몇 번 다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가면 훨씬 더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겠지요.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첫 날 헤메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 합니다. 하지만 다들 그런다고 하더군요. 여기저기 헤메고 있는 저를 보며 "First time? " 하면서 웃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힘들게 몸으로 떼우며 배운 것이 오래 남겠지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니까요. 아래에는 아카이브에서 문서를 보관하는 상자와 실제 상자 내부를 찍어 보았습니다.
*가장 표준적인 Legal  Size 아카이브 박스입니다.
* 박스를 열면 위의 사진과 같이 폴더 별로 문서가 정리 되어 있습니다. 이정도면 아주 정리가 잘 된 것이지요.  그리고 문서를 보관하는 상자나 폴더는 모두  Non-Acid Paper 로 만들어져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선조들이 만드시던 한지가 정말 좋은 종이입니다.  미국에서도 손상된 문서를 복원할때 한지를 사용하더군요. Japanese Paper 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폴더 안을  열면 누렇게 변한 문서들이 보입니다. 사진 속의 문서는 1956년도에 만들어진 문서인데 심지어 클립까지 같이 보관이 되었던데요. 종종 클립을 치우고 보면 종이 위에 녹슨 것이 묻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서 를 오래 보관하시려면 클립 이나 스테이플 같은 것들은 제거하시고 보관하십시오.  스카치 테이프도 마찬가지로 제거하셔야 합니다.
*대략 난감한 경우지요. 전혀 정리가 되지 않은 FRC 박스 입니다. 한장 한장 볼 수 밖에 없지요. 이 상자 속에 있는 작은 상자에는 마이크로 피쉬가 들어 있었습니다. 마이크로 피쉬가 뭔지 궁금하시다구요? 아래의 사진을 보십시오. 사진처럼 한 장의 작은 셀로판 필름 안에 수십 페이지의 자료가 촬영되어 있습니다. 리더기로 읽거나 프린터해낼수 있지요
*from http://www.dansmc.com/microfiche.jpg
by Clio | 2007/03/02 06:43 | 세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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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3/02 07: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3/02 09: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7/03/02 16: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lio at 2007/03/04 11:29
비공개 ㅇ 님 / 제가 한 번 찾아 뵙고 글을 남기겠습니다.

비공개 ㅍ 님 / 감사합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운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비 공개 F 님 / 누구나 겪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능한한 말할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했었고 그것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번 이 주제로 글을 올려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Archivist? at 2007/03/12 13:36
Clio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는지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 NARA. 설레이는 마음으로 글 잘 읽었습니다.

미국에서 문서 복원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종이는 Kizukishi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종이로 한지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습니다. 한지 같은 좋은 종이가 이 분야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복원실에서 일하면서 일본 "종이"문화의 괴력을 보는 듯 했습니다. 문서 복원 분야에서는 종이 뿐만 아니라, 종이를 다루는 "technic"도 일본 문화에서 차용해온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Good luck with your thesis!
Commented by Clio at 2007/03/13 07:06
Archivist? 님 / 잘 지내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그곳은 덥지요? 꼭 한 번 NARA 에 가보세요. 아마 많은 것을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 유산에 대한 제대로 된 홍보가 필요한 것 같아 안타까울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당장 제가 논문을 쓰는 분야가 냉전시기 미국의 국가 이미지 홍보와 관련된 것이다 보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는군요. NARA 에서 본 자료들 중에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자료들도 있었답니다.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 두어번 다시 NARA 를 방문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운을 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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