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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소개해 드린 록웰의 그림들은 미국 사회의 일상 중에서 밝고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린 것 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어둡고 추한 모습들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록웰이 살았던 20세기 초반의 세계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 이전 세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쟁과 대량 학살 그리고 그로 인해 무수한 사람들의 피와 눈물이 흐른 시기가 바로 20세기 초반 입니다. 물론 20세기 후반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는 없겠지요.
![]() 웬지 이거 좀 따분한 역사 강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록웰의 그림이 풍요롭고 안정된 미국의 모습만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인생의 후반기에서 록웰은 그림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한 예술가 이기도 합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록웰의 그림들에서, 특히 Saturday Evening Post 의 표지에서 흑인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록웰이 인종차별주의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잡지의 편집 방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흑인 민권 운동이 한창이던 60년대에 록웰은 그림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알려나갑니다. 일반적으로 삽화가라고 하면 미리 주어진 내용에 맞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록웰은 삽화가의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그림을 뛰어넘는 작품들을 남긴 사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남의 이야기에 그림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지요. 일상적인 상황을 그린 그림 속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는 록웰 만의 뛰어난 능력 덕분에 우리는 그의 그림 속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또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 ![]() ![]() 일설에 의하면 록웰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러한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고 자진해서 그것들을 그림으로 옮기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에서는 록웰이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 삽화가일 뿐이다' 라고 하며 록웰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Post 지에서는 록웰의 그러한 생각을 높이 평가하고 한시빨리 작품을 완성시켜 줄 것을 부탁하고 결국 그 그림들은 Post 지의 표지로 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들이 정부에서 고용한 화가들의 작품들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았고 이것을 본 정부에서도 그제서야 록웰의 그림을 정부의 각종 포스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 ![]()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승전국으로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국가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미국 사회 속에 잠재된 각종의 모순들이 50년대와 60년대를 거치며 나타나게 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흑인들의 민권 운동입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록웰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을 통해 강하게 표현합니다. "우리 모두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문제(The Problem We All Live With)" 라는 1964년 작품은 이 시기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 벽에 쓰인 검둥이( Nigger)라는 글씨가 보이고 터져버린 토마토는 마치 누군가가 흘린 피처럼 보입니다. 일부러 얼굴을 보이지 않게 그려진 연방 보안관들 사이에서 걸어가고 있는 루비의 흰 옷과 흰 운동화 그리고 검은 피부가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흑백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록웰은 왜 루비를 네 사람의 가운데가 아니라 앞에 치우치게 그렸을까요? 그리고 왜 연방 보안관들의 얼굴을 보이지 않게 그렸을까요? 아래에는 루비 브리지스의 실제 사진입니다. ![]() ![]() 흑인 민권 운동은 단순히 목소리 높여 연설하고 행진하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자신들이 믿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피와 그 가족의 눈물이 또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전에 소개해 드린 마틴 루터 킹 목사도 그러하지만 1964년 6월 미시시피 주에서 흑인들의 선거등록 운동을 하던 3명의 민권 운동가들 역시 그와 같은 희생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미시시피 버닝' 이라는 영화로 소개되기도 했던 이 사건은 지역의 KKK 단원들이 이들 민권 운동가들을 살해한 사건인데 그 재판과정이 부당하여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던 사건입니다. 1965년에 그린 록웰의 '미시시피의 살인 혹은 남부식 정의(Southern Justice or Murder in Mississippi)" 는 바로 이 사건을 주제로 한 그림입니다. ![]() 그림자로만 그려진 살인자들의 모습이 오히려 그들의 사악함을 더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검은 그림자들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 살인자를 직시하며 서 있는 남자의 흰 셔츠와 밝게 드러난 얼굴과 대비되면서 이들 민권 운동가들이 믿고 있는 정의가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루비의 그림과 함께 이 그림은 Look 이라는 잡지의 표지로 소개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잡지사에 협박 편지가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그림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더욱더 생생하고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십 페이지의 기사보다도 이 한 장의 그림이 사실을 전달하는데 더 힘을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록웰은 1978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림들을 모두 모아 재단을 만들고 말년에 자신이 살던 메사추세츠주의 스톡브리지(Stockbridge)에 미술관을 세웁니다. 지금도 이곳에 가시면 그 미술관을 관람하실 수 있지요. 그리고 스톡브리지에 오기 전 록웰이 거주했던 버몬트 주의 알링턴(Arlington)에도 미술관이 있습니다. 혹시 록웰의 그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위의 두 곳을 방문해 보시면 좋습니다. 상업적으로 많이 퍼진 그림들이지만 원본을 보시면 예술가로서의 록웰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특히 가을에 스톡브리지의 록웰 미술관을 방문하시면 그림과 함께 뉴잉글랜드의 단풍을 만끽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버몬트 주의 단풍도 두말할 나위가 없지요. 아래의 사진은 스톡브리지의 록웰 미술관입니다. 대형 걸게로 걸린 리벳공 로지의 그림이 보이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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