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론에 관한 릴레이를 받았습니다. 이 릴레이는 inuit 님께서 시작하셔서, buckshot님, 고무풍선기린님, 류한석님, mahabaya님, 어찌할가님, 벼리지기님, 바람의 노래님, 모노피스님, 꼬미님, JaeHo Choi님, 감성적 젊은 이상가님, 비전 디자이님, jedimaster 님, 조현경 님, 제나두님, bikbloger님, 그리고 천하귀남 님을 통해 저에게 전해졌군요. 이런 식의 릴레를 받아 본 것이 처음이라 좀 당혹스럽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좋은 글 감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적어봅니다. 좋은 글감을 전해주신 천하귀남 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는 독서라는 단어보다는 "책읽기" 더 넓게는 "읽기"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제가 생각하는 책읽기의 의미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풀자면 저는 책읽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책은 인쇄한 종이 묶음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도서관에 가득한 책을 볼 때면 저는 그 책 속에서 숨쉬고 있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리고 책을 펼쳐 들고 읽으면서 저는 그 책을 쓴 지은이의 생각과 감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울러 그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또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책 속에서 발견합니다. 결국 저에게 책읽기는 사람 읽기인 것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지은이를 비롯해서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이 저에게 말을 건넨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저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저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울러 제가 궁금한 것을 질문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몇 가지 점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와 다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실제 대화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먼저 책을 통해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제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화하기 싫으면 책을 덮어 버리면 그만이지요. 때로 책 장에 꽂혀있으면서 지나치는 저의 눈길을 끌고 "대화 좀 하자." 하고 이야기하는 책들도 있습니다만 일단 제가 책을 펴야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지 먼저 대화하자며 저를 귀찮게 쫒아다니는 책은 없습니다. 물론 제목이나 표지 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책들도 있긴 합니다. 책과 나누는 대화가 일상적인 대화와 다른 점 중 한 가지는 대개의 경우 책 속에 있는 사람들은 제가 묻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답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저 스스로 생각하며 오랫 동안 대답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책을 덮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대답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전혀 얻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요. 책과 나누는 대화가 더욱더 재미있는 점은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대화의 내용이 다르고 또 대화를 통해 발견한 책 속 사람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책을 읽은 실제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책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것들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책 속에서도 일어나지요. 한 가지 책을 읽으며 그 책의 저자와 내가 전에 읽은 다른 책이 서로 나눈 대화를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 했던 것을 찾기도 하고 또 그런 것을 발견한 저자의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살펴보게 됩니다. 왜 이 저자는 나와는 다른 대화를 나누었을까? 무엇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대답을 찾을 수 있게 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런 대답을 찾았나 등등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지지지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정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들과는 책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그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책읽기, 책과 대화하기의 또다른 즐거움이지요. 그런데 때로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는 책들도 있습니다.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책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아직 내가 그 책 속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그런 책들을 더 좋아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이기에 나는 끼어들 수가 없나 싶어 오기가 생기지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일단 듣습니다. 듣고 또 듣고 그러면서 비록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들을 가지고 대화를 하려합니다. 때때로 다른 책의 도움을 얻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노력을 하며 대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그 책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고 또 내가 찾는 질문의 대답을 얻을 수 있을 때, 더 나아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화해서 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 때 그 만족감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지요. 그리고 그 시점에서 그 책과 나누는 대화는 일단락을 짓습니다. "일단락"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며 그 대화는 언제든지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인쇄되어 있는 책이라고 해서 그 속에서 여러분이 찾을 수 있는 대답이나 그 책의 저자와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종류가 고정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좋은 책이라면 같은 책이라도 여러분께서 묻는 질문에 따라 책은 여러 가지 다양한 대답을 줍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이라도 여러분이 10대에 질문했을 때와 30대에 질문했을 때 같은 책으로부터 다른 대답을 얻습니다. 이것이 책과 대화하기의 가장 큰 즐거움이고 또 유익한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읽기는 바로 대화이기 때문에 저는 대화가 가능한 책, 그리고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열린 책을 좋아합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책을 통해 이미 틀이 잡힌 사상이나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 다시 말해 지은이와 대화할 여지를 남겨둔 책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책이라고 해서 모두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책에 있는 내용이 모두 옳지는 않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때로는 지은이 스스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고 펴낸 책도 있고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한 책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책을 읽으며 나는 이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책에 있는 것이 모두 진리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책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책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내 머리로 생각하라는 말이지요.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 책과 대화를 나누고 그 책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살피고 또 필요하다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적극적인 책읽기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을 바꾸는 일의 출발점은 자신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책과 나눈 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하고 또 그 대화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 세상은 바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우리는 진정으로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Inuit 님께서 정하신 이 릴레이의 규칙에 따르면 저는 다른 두 사람을 지정해서 릴레이를 넘겨 주어야 합니다. 이 블로그를 자주 찾으시는 분 들 중에서 책과 관련해서 바톤을 받으실 만한 분들이 여러명 떠오릅니다만 저는 누구를 지정해서 바톤을 넘기지 않을 작정입니다. (Inuit 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해해 주시겠지요?^^) 대신 책읽기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바톤을 넘깁니다. 왜냐하면 이 기회를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이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입니다. 누군든지 책 읽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특히 책 읽기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 바톤을 꼭 받아 주십시오. 그래서 왜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왜 싫어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전부터 소개하고 싶었던 사진을 한 장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종종 정치인들의 술자리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들을 듣습니다. 국가의 대사를 결정하느라 힘든 하루를 보내서 피곤하리라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 피로함을 반드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풀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요. 편안한 집에서 좋은 책과 대화를 하며 피로를 풀고 또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피로 회복법이 아닐까요? 한 국가를 이끄는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책읽기 습관은 국민 모두에게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아래에 소개하는 동영상은 지난 부활절에 아이들을 초대하여 백악관 정원에서 책을 읽어 주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책은 모리스 샌닥(Maurice Sendak) 의 어린이용 그림책인 Where The Wild Things Are 인데요, 저 동영상을 보면서 저는 참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모습을 우리 정치인들에게서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생각(희망)이 결코 허황된 공상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책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치인을 선택하는 방법도 알기 때문입니다. 자, 여러분께서는 지금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까? * 아래에는 이 글에 쓰인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전 아직도 워크맨 가지고 있..
by 소피아 at 07/04 저는 96년도에 삼성 마이마이.. by 백정연 at 07/04 아직 300여 개의 카세트테.. by ibrik at 07/03 중고등학생 때 소니 워크맨은.. by fazzie at 07/03 남들 cdp 들을때 카세트로.. by 어리니 at 07/03 최근 등록된 트랙백
Lexapro withdrawal.
by Lexapro and weight loss. 1984년의 추억 by 행.복.한 글.쓰.기 Buy hydrocodone withou.. by Opana same effects hyd.. 꼬마신사다니엘과 캠코더 by 피콜로가 달을 없애버렸어 Picture of oxycodone. by Oxycodone extraction. 이글루 파인더
태그
문학동네
독서
전자기록
음악
블로그
책소개
walkman
카세트
각주
미주
기록보존
도서관
표현의자유
chiacgostyle
워크맨
역사
인용표시
책읽기
mla
사라예보하가다
citation
참고문헌
검열
참고문헌목록
피플오브더북
이용자서비스
e하루616
apa
동성애
대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