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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공짜"가 아닙니다.

최근 한 신문에서 도서관 이용자들께서 보여주시는 "도서관 책 사랑"에 대해 보도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도서관 책을 너무 사랑하셔서 책에 물이나 음식을 주시기도 하고 책의 여백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하는 책을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칠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때로는 정말 '사랑'하는 책의 내용을 고이 찢어 소중하게 간직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그 기사에서는 "너덜너덜한 양심" 이라는 표현을 했습니다만 그렇게 심하게 책을 사랑하다보면 마음까지도 너덜너덜해지는 걸까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할 때면 자신이 책을 그렇게 '사랑'했다는 것을 차마 밝히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몰래 사라지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과연 왜 그렇게 지독할 정도로 도서관 책을 "사랑"하시는 걸까요? 그와 같은 '파괴적인 사랑'은 자신은 물론 책에도 좋지 않은 일인데 말입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때 도서관에서 꼼꼼하게 확인을 하면 어느 정도 예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내에서 책을 대출하지 않고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대출, 반납 과정에만 주의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요. 더구나 이용자들께서 최대한 편안하고 자유롭게 도서관 시설과 도서관의 책을 이용하실 수 있게 하려는 도서관 종사자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까다롭게 책을 검사하는 일은 자칫 이용자들을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으니 더욱더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열 명이 지켜도 한 사람의 도둑을 막지 못 한다는 말이 있듯 도서관의 책에 가해지는 각 종 '사랑'을 막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모든 이용자들이 도둑이라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용자들께서 도서관 시설과 도서관의 책이 남들과 같이 이용하는 공공의 재산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양식있는 행동을 해 주시길 바라는 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의 재산이라는 점이 그런 행동을 더욱더 조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공의 재산, 남들과 공유하는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지요. 내가 사회의 일원이고 또 내가 그 '공공'의 일원인데 공공의 재산은 결국 내 재산이 되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참 안타깝습니다.

당장 피부에 와닿지는 않아도 도서관의 시설과 책은 분명 이용자들께서 내시는 세금으로 마련된 것들입니다. 비록 내가 내는 세금 중 얼마만큼의 돈이 도서관에 쓰이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분명 도서관은 이용자들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곳입니다. 따라서 도서관에 있는 책을 사는데는 내가 낸 세금도 일부 들어가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책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지는 않을텐데 말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책을 함부로 다루는 분들은 집에 있는 자기 책도 그런 방식으로 다루는 분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사를 보면서 미국 도서관의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하루에도 수 십권씩 보수를 해야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에도 책을 그렇게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 도서관의 상황은 공공 도서관에 비해 나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고가 일어납니다. 책의 중요한 내용을 잘라가는 일도 있고 책에 밑줄을 긋는다던가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이들도 있지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아 한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사고'가 적은 것 같은데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그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개인의 영역과 공공의 영역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이들의 사고 방식에도 영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도서관을 이용하고 도서관 이용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부터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는 학교 도서관이 그 예가 될 것입니다. 도서관을 활용하는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도서관에 있는 책과 시설물을 아껴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방과 후에는 집에서 가까운 공공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그 곳에서 숙제 해결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도 하고 도서관에 있는 책을 읽으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도서관에 대해 배우고 도서관을 아끼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공공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쓰이는 예산이 한국에 비해서 많기도 하지만 일반 주민들이 그것을 더 강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즉, 내가 낸 세금이 도서관 운영에 쓰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데요. 지역에 따라 도서관세를 지방세의 일부로 따로 징수하는 곳도 있고 교육세의 일부로 징수를 하더라도 주민들이 도서관에 쓰이는 돈의 예산을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운영을 위한 세금을 징수하는 경우나 세금을 증액해야 할 경우 지역 주민들의 투표를 거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 자신의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느낀다면 당연히 도서관 자료를 아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전에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한 번 참고해 보십시오.

주민들이 도서관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도서관에 양 날의 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책의 훼손과 관련해서도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할 경우 도서관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이 나빠질 우려도 있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경우 다음 해 예산이라든가 기타 도서관 지원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도서관으로서는 이미지와 엄격한 규정 적용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어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한 경우는 언제나 규정에 따라 처리할 수도 있지요. 도서관 연체료를 내지 않을 경우 신용추심기관에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있다는 기사도 가끔 나오는 것을 보면 훼손에 관한 사항 역시 충분히 그렇게 처리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제가 대학 도서관에서 경험한 것도 그렇고 시골의 작은 도서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동료의 이야기도 그렇고, 책이 심하게 훼손되었을 경우 자진해서 도서관에 신고하고  변상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경우 도서관에서는 책 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 경우도 있고 동일한 책으로 변상을 받는 경우도 있지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서가에 올리기까지는 목록을 만들고 책에 청구 기호 라벨을 붙이는 등 직원들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수수료가 추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본인이 훼손한 책을 신고한 경우이고 대개는 책이 겉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손상이 된 경우입니다. 반면에  책 안에 줄을 긋거나 형광펜으로 표시한 책이라면 누가 그랬는지 사람을 찾기도 힘이 들고 실제 대출대에서 매 번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범인'을 발견하지 못 한 채 훼손된 책의 경우는 도서관에서 보수하거나 그것이 힘들 경우 책을 버리고 필요하다면  새 책을 구입합니다. 물론 도서관에 따라서 정책이 다르겠지만 미국의 도서관들은 한국의 도서관에 비해서는 이렇게 책을 처분하기가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도 책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습니다. 대개 공공 도서관에서 많이 구입하는 소설이나 기타 가벼운 읽을 거리들은 시간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적어지고 도서관에서는 소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훼손되지 않은 책들도 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책들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거나 도서관 안에 마련된 중고 책 시장을 통해 싸게 판매하는데 이왕에 그렇게 처분될 책일 경우 상대적으로 책의 훼손에 대한 걱정이 덜 할 수도 있겠지요. 반면 대학 도서관에서 주로 구입하는 학술서일 경우는 새 책을 다시 구입하기도 힘이 들고 하니 최대한 보존에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대도시의 큰 공공 도서관과 큰 규모의 대학도서관에서는 책을 보수하고 보존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보존 담당 사서들(Preservation Librarian)을 고용하고 이들이 훼손된 책에 대한 보수 작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필요한 조치를 취합나다.
이용자들의 과도한 "책사랑"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사전 관리 입니다. 즉, 훼손이 일어날 경우 손실이 큰 귀중본이나 일부 이용자에 의해서 명백하게 훼손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책들은 아예 대출을 하지 않고 사서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만 열람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출을 해야 하는 책들의 경우는 보존 전문 사서들을 중심으로 대출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교육하여 적어도 눈에 드러나는 훼손은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울러 특별 행사로 이용자들을 초대하여 훼손 도서를 보수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강의하면서 동시에 도서관에서 이루어진 훼손 사례를 같이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요.

또한 대외적으로 이용자들에게 할 수 있는 조치들로는 훼손 도서 전시회가 그 중 하나이고, 도서 훼손과 관련된 포스터를 도서관 곳곳에 게시하는 것 그리고 홍보용 책갈피 같은 것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배부하는 방법도 쓰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게시한 포스터는 자주 내용이나 그림을 교체하여 이용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하고 책갈피는 다른 용도로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이용자들이 도서관이나 집에서 책을 읽을 때 늘 곁에 둘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면 한 면에는 도서 훼손을 막기 위한 홍보 내용이 들어간다면 다른 면에는 도서관 서비스 안내나 특정한 서비스 이용법 혹은 '권장도서 목록' 같은 다른 내용을 넣어 사람들이 그 책갈피를 늘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거지요. 아울러 다른 이용자가 도서를 훼손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도서관에 알려달라는 메세지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합니다.

도서관 내에서 무료로 복사를 가능하게 해서 자료를 잘라가는 일을 방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리고 무료 복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곳에서는 대안으로 스캐너 같은 것을 준비해 두기도 합니다. 아울러 서가나 열람실의 책상 근처에 충분한 메모지와 연필을 준비해두어 이용자들이 필요한 내용을 메모하거나 책으로부터 베껴 적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료를 잘라가는 일을 막으려 하기도 합니다.

좀 더 적극적인 조치로는 도서관에서 경비 인력을 고용하여 수시로 도서관 내부를 순시하게 하거나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여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더욱더 자신에게 가까운 공간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적어도 자기의 공간에 있는 자기 책을 훼손하는 사람들은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친절한 태도를 통해 도서관 사서나 직원이 개인적으로 이용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역시 간접적으로 훼손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됩니다.

사실 이런 조치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차적인 것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얼마나 시민 의식을 가지고 공공의 재산을 아끼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 일은 도서관의 힘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집에 가져가서 읽는 책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겠지요. 그래서 저는 비록 도서관에서 대여료를 받지는 않지만 도서관이 공짜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도서관이 운영되는 과정에는 자신이 낸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반드시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도서관의 책은 공공의 책이 아닙니다. 바로 "내 책"입니다. 자기 책을 찢고 훼손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혹시 내 책을 누가 훼손하는 것을 보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 도서관 책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때로 도서관 시설과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신혜원 사서께서 <출판저널 10월호>에 기고한 글, <공공도서관의 사서는 가끔 맞장을 뜨고 싶다.> 를 한 번 읽어 보십시오. 그리고 아래에는
"The FUNdamentals of Book Care in 5 Easy Lessons" 이라는 제목으로 버지니아 주 패어팩스에 있는 조지 매이슨(George Mason) 대학 도서관에서 만든 의 도서관 책 이용법과 관련된 동영상을 연결합니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시카고 대학 도서관에서 지난 2000년에 열렸던 훼손 도서 전시회의 웹페이지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

by Clio | 2009/10/09 04:59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6) | 핑백(1) | 덧글(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