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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검열
2009/06/05   브로크백 마운틴과 탱고; 읽을 자유와 표현의 자유 [70]
브로크백 마운틴과 탱고; 읽을 자유와 표현의 자유
제가 자주 방문하는 동대문구 정보화도서관의 블로그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도서관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를 상영한 후 이용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도서관다움" 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더군요. 전화를 거신 이용자의 항의 내용은 왜 하필이면 "이런 영화" 를 즉,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를 "그것도 도서관에서"  상영했냐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글을 읽으면서 도서관의 역할 특히 그 중에서도 모든 종류의 생각과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도서관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글의 제목에 "탱고"는 왜 들어있지요? 탱고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지요.
제가 제목에서 사용한 탱고는 저스틴 리차드슨과 피터 파넬이라는 두 사람이 쓴  아동용 도서인 "And Tango Makes Three" 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이 책은 센트럴 파크 동물원에 있는 한 팽귄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 가족의 막내인 딸의 이름이 탱고지요.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책에서 탱고에게는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어머니는 없습니다. 이 책은 로이(Roy)와 실로(Silo)라는 두 마리 수컷 팽귄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암수 팽귄이 만나 서로 짝을 이루고 살아가는 다른 팽귄들과 달리 로이와 실로는 수컷들이었음에도 다른 팽귄들처럼 서로 짝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이 팽귄들에 대해서 책에서는 " a little bit different." 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 두 마리의 팽귄들은 다른 팽귄 커플들이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 또 그 알에서 새끼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그렇게 하려 했습니다. 둥지를 만들고 알처럼 생긴 돌멩이를 가져와서 번갈아 품었지만 그 속에서는 새끼가 나오지 않았지요. 이 모습을 본 사육사가 두 마리 팽귄들 위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알을 이들의 둥지에 놓아 둡니다. 그리고 로이와 실로는 정성을 다해 그 알을 품었고 그 알에서는 새끼가 태어났지요. 그게 바로 탱고입니다. 그리고 이 세 마리의 팽귄은 다른 팽귄 가족들처럼 서로 사랑하며 동물원에서 살았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이 책은 출판이 되고 나서 여러 가지 상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실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 대해 호평한 사람들 중에는 에미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배우로서  아동 도서를 여러 권 출판하기도 한 John Lithgow 도 있는데 그는 이 책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열어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A little miracle for children. Funny, tender, and true, the story of Tango will delight young readers and open their minds.")

그런데 그러한 칭찬과 동시에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미국의 각 도서관에서 가장 많은 항의를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가족과 가족 간의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고 또 나와는 다른 생각과 삶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을 알리려했지만 그것을 좋지 않게 본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책이 아동 도서로서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자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또 이 책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하며 도서관의 서가에서 치우도록 요구한 학부모님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이 책을 치우기도 했고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아이들이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따로 보관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 비해서 동성애에 대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그것을 싫어하고 또 그런 생각을 아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 도서관 협회를 비롯한 각 급 학교의 사서 교사들 그리고 공공 도서관 사서들이 가진 생각은 다릅니다.
미국도서관 협회에서는 이 책으로 인해 벌어진 논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서관에 비치하는 책과 제공하는 정보들은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모든 독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읽을 거리를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서점이나 교실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그런 읽을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하면서 도서관과 도서관 사서들의 목표는 "우리들의 가장 소중하고 근본적인 권리 즉, 읽을 자유(freedom to read) 보호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읽을 자유는 결국 표현의 자유와 연결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검열을 통해 읽을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되지요.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은 결국 더 큰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도서관은 그러한 자유를 침해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되지요. 

엄밀하게 따져볼 때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결정하는 그 과정에서부터 사서들에 의한 어느 정도의 "검열"이 이루어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출판되는 모든 책을 도서관에서 비치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도서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책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선택되지 않는 책이 생기기 마련이고 결국 그 책은 "도서관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 한 책이 되지요. 하지만 도서관의 선택 과정은 어떤 특정한 사상이나 이해 관계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 도서관의 설립 목적에 맞추어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많은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될 책을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정부나 권력 기관에서 행하는 검열과는 분명 다른 것이지요.

도서관은 책과 정보를 모아 놓은 곳입니다만 궁극적으로는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과 정보들을 매개로 그것을 만든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저는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바로 그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즉, 도서관은 책을 매개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만나고 자신들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는 발전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는 가능한한 다양한 종류의 생각과 정보가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특정한 이용자나 이용자 집단이 싫어할 책이나 정보가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두 상반된 집단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보를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대한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문제가 된 동성애와 관련된 책일 경우 동성애에 대한 찬,반 양쪽의 책을 모두 비치하고 미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 한 이용자가 그 두 생각을 모두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도서관의 임무입니다. 한 쪽 생각을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지요.

도서관 사서이지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저 역시 저의 생각이 있고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제가 싫어하는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싫어하는 내용을 쓴 작가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제 의무는 그런 생각 역시 도서관에 비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책을 사지 않겠지만 도서관이라는 기관의 입장은 달라야 합니다. 물론 실제 업무를 하면서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래도 도서관으로서는 최대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때로는 이용자들과 부딪치는 일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원칙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이용자를 설득하고 그런 기회를 통해 이용자를 교육해야하는 것도 도서관의 일이지요.

저는 누구나 자신 만의 생각을 가질 자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는 것 만큼 남들 앞에서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도 있어야겠지요. 그것 역시 방해 받아서는 안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그런 소중한 권리를 지켜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주제와 벗어납니다만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은 인터넷, 특히 블로그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블로그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은 자신이 자유롭게 하여야 합니다. 자신이 자유롭게 결정해서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또 그것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만일 내가 쓴 글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면 나에게 글을 쓸 자유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읽을 자유가 있고 또 그 글에 대해 자유롭게 해석하고 생각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제가 강요할 수는 없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은 나의 생각이 글을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독자의 몫이지요.   때로는 한 사람이 쓴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은 물론 그 사람의 사람됨을 평가하는 일도 생기지요.  남들의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런 해석과 평가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도 만만하게 볼일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와 참고한 자료들의 출처입니다.
"Family" is a prominent theme in And Tango Makes Three.Discuss the concept of a "family." What constitutes a family? Tango's family is different, but how is it the same as any other family in thezoo? In the world?
Roy and Silo are a little bit different from the other penguins in the zoo. What does it mean to be different? Why is it sometimes good to be different?"
by Clio | 2009/06/05 12:05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