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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사서
2009/08/12   "도서관에 도대체 사서가 왜 필요하노~! 어~!" [74]
"도서관에 도대체 사서가 왜 필요하노~! 어~!"

이 글의 제목은 일선 행정 기관의 관리직에 계시는 어느 분이 하신 말씀입니다. 도서관에 “도대체” 사서가 왜 필요한지 묻는다는 것은 결국 도서관에는 사서가 필요없다는 말씀을 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분의 말씀은 누구든지 책을 주문만 하면 책을 공급하는 외부 업체에서 목록까지 만들어서 책을 보내주니 도서관에서 필요한 인력은 그저 책 정리하고 대출 반납만 하는 사람 뿐이고, 결국 그 정도의 인력은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단순 작업에 굳이 사서라고 이름 붙은 사람들을 쓸 이유는 없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제가 한국의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서라는 이름을 달고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런 말을 들으면 참 안타깝습니다.

비단 그 말을 한 관리직에 계시는 분 뿐만 아니라 도서관에 대해서, 그리고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역시 그러하리라 짐작합니다. 더구나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에서 4년간 공부해야하고 국가에서 발행하는 사서 자격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런 학과도 있느냐?" 혹은 "(책 대출이나 하는)사서 일을 하는데 무슨 자격증이 필요하느냐?" 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분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 못 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런 생각을 자주 하면서도 이런 글을 쓰기 힘든 것은 자칫 밥그룻 지키기에 관한 이야기로 비춰질까 걱정스럽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한국의 실정을 가까이에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문제점이 단지 한 가지 원인에서 생긴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도서관 사서에 관한 글을 적은 적이 있습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파고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 보지요. 도서관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전의 정의에서 우리가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시설"이 아니라 그 시설에서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자료" 입니다. 그리고 이 자료는 달리 본다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고학 발굴을 통해 나타난 최초의 도서관, 아니 도서관 기능을 한 곳 즉, '자료'들을 모아둔 곳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다고 합니다. 수메르인들의 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보관하던 시설이 발굴 되었고 그 안에서 5,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수 만개의 점토판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점토판 도서관'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도서관과는 많이 달랐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수행하던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록 자료들을 보관하고 그것을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도서관 고유의 기능은 수 천년 동안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지요. 도서관 안에 보관된 매체의 종류가 달라지고 그 매체의 모습이 달라짐에 따라 도서관의 겉모습이 달라졌을지언정 도서관의 기능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역할은 수 천년동안 그대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가 디지털 매체로 바뀐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사서가 왜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신 그 분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을 이용하시는 많은 분들은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도서관이 원래 만들어졌던 목적처럼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곳 그리고 누구나 손쉽게 그 정보를 이용하는 곳으로서 도서관을 생각하고 계실까요?
작년에 제가 소개해 드렸던 천리구 김동성 선생은 191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신 분입니다. 그 분께서는 1916년에 오하이오 주 신씨내티에서 Oriental Impressions in America 라는 약 40 페이지의 짧은 책을 출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선생은 자신이 보고 경험한 미국의 여러 모습을 적고 있는데 그 중에는 공공 도서관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공공 도서관에 관해서 선생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출판된 책입니다만 당시 분위기를 살려보려 '하오'체로 번역해 봅니다.^^)

" 아마도 미국 문명의 가장 큰 업적은 도서관과 관련하야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시설과 방식이라 할 것이외다. ... 우리 대부분은 영웅호걸이 태어나고 죽은 날이나 한 나라가  흥하고 망한 날 그리고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을 머리 속에 기억해야만 하오. 허나 미국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하오.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그저 가까운 도서관에 가는 일인즉, 그 곳에 가면 그런 모든 유용한 지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오. 타이타닉이 언제 침몰을 했는지 그리고 네로가 언제 로마에 불을 질렀는지 이 사람들은 기억할 필요가 없소 ... 도서관은 앞으로 다가올 몇 세대 동안 미국 문화의 기념비로 존재할 것이요."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김동성 선생께서 간단하지만 가장 정확하게 도서관의 역할을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의 글에서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바로 그것처럼 정보의 저장소로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이라하면 책이 먼저 떠오르고 이름에서도 "도서"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은 최근 지난 수 십세기 동안 인간이 생산하는 정보들이 책에 기록되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책이 아닌 다른 매체에 기록이 되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을런지도 모를일이지요. 이처럼 도서관은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각 종 정보들을 모아놓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곳인데 과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이 그런 곳이던던가요?

도서관을 독서실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은 자주 이야기했으니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만 도서관을 정보의 보고, 자신이 가진 궁금증을 해소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얼마나 계실까요? 단지 내가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읽는 곳일 뿐만 아니라 나의 삶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물론 이 점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도서관과 도서관 종사자들의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과연 일반인들이 도서관을 정보의 보고로 생각하고 궁금할 때 뛰어갈 수있는 곳으로 여길만큼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제대로 준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도서관을 그저 독서실로만 여기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정보의 필요성을 느끼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책과 책읽기를 통한 정보 입수는 학창 시절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학교를 졸업하면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은 없을까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새로 등장하는 지식과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정보의 부족을 절감하고 정보를 찾아 헤메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요?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정보 수요는 얼마나 되고 그것을 만족시켜 주는 충분한 공급이 있는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정보를 공급해 주는 기관이나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그런 역할을 한 곳이 도서관이라고 볼 때,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이 제대로 그 기능을 하지 못 한다는 사실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 정보 공급자, 즉 도서관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거나 아니면 도서관을 거치지 않고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과연 어떤 것이 우리 사회의 실정을 제대로 설명해 줄 까요?
최근 인터넷의 붐과 함께 도서관이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책을 볼 수 있고 검색 엔진만 몇 번 두드리면 필요한 정보가 인터넷에 다 있는데 정보 공급자로서 기능하는 도서관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히 정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서라는 직업 역시 시한부 생명을 가진 직업으로 이야기합니다.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최고 수준의 지성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교 교수님들 중에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누가 만드는지, 그런 정보들을 얼마나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과연 그런 정보들을 이용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도 되는가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서들입니다. 사서와 책을 연결시키는 것은 책이 정보의 주 저장매체였을 때 사서들이 책(정보)에 관한 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책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책을 미리 갖추어 두고 요긴할 때 이용하게 하는 일은 바로 이용자들의 정보 욕구에 부응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는 시기에도 사서들이 하는 일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대상이 책에서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는 것일 뿐 정보 전문가로서 귄위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반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는 일은 여전히 사서들의 전문 분야입니다. 설사 미래 세계에 지금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의 도서관이 없어지고 가상 도서관에서 전자책만을 보는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사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리적인 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이 사라진다고해도 여전히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쉬운 방식으로 전해주는 정보 전문가들은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도서관은 이와 같은 정보 제공자로서의 기능 뿐만 아니라 도시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가 말하는 이른바 "제 3 의 장소(The Third Place)"로서 기능하고 있기도 합니다. 웨스트 플로리다 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도시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erg) 박사는 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고대 로마의 포럼이나 이탈리아의 도시 중심에서 시민들이 모이던 광장(피아짜, Piazza), 그리고 파리의 곳곳에 있던 까페와 같은 곳이 그런 기능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정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을 각각 제 1, 제 2의 장소로 보고 이처럼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소통 공간을 ‘제 3 의 장소’ 로 보았는데 현대의 도서관 역시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이미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었고 또 책을 읽는 사람들끼리 같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좀 더 하기 위해 현대 도서관은 커피숍을 도서관 안에 들이거나 각 종 문화 행사 및 독서 토론회를 여는 등 공동체가 같이 모여 믿을 수 있고 권위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그 분들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4년간 대학에서 도서관의 여러 면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에서 부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장소 그리고 그 곳에서 정보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권위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전달되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만일 지역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올바른 정보를 얻어 현명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 꺼려진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사서가 필요한가 아닌가는 질문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글의 서두에서 사서가 왜 필요한가라고 질문하신 분께 한 기사에서 나온 비유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용하건 아니건간에 "지식 정보 사회"라는 말은 이제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정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물은 많이 있지요. 강물도 있고 시냇물도 있고 심지어 하수도에서 흐르는 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물 중에서 사람들이 마시고 생활에 이용하는 물은 깨끗하게 걸러진 수도에서 나오는 물입니다.

정보를 물과 같은 것으로 보았을 때 도서관과 사서가 하는 일은 바로 수돗물을 만들어 내는 이들의 일과 비슷합니다. 때로는 그냥 받아들이기에 위험한 정보, 사람들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정보를 걸러내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불소를 섞는 것과 마찬가지로 걸러진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하게 만들어서 제공하는 사람들이 사서입니다. 수도사업소를 없애거나 그 곳에서 일하는 인력을 자원봉사자로 대치하려는 생각은 어떤 행정기관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도서관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려 하십니까?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by Clio | 2009/08/12 06:54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2) | 핑백(1) | 덧글(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