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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전자기록
2009/06/15   만일 200 년 후에 한 역사가가 ... [22]
만일 200 년 후에 한 역사가가 ...
지금부터 200년 후인 2209년의 어느 날, 한 역사가가 200년 전인 2009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연구한다고 상상해 보지요. 과연 그 역사가는 어떤 방법으로 200년 전의 사회에 대해 연구할 수 있을까요? 그 역사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2009년 6월의 모습을 지금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모습 그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역사가가 200년 전의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그 모습을 다시 그려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과거의 사실을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기록들입니다. 과거의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전해주는 그 기록들을 통해 역사가들은 과거의 사회를 재구성하고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면 역사는 다시 씌여지기도 하고 그 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합니다. 물론 기록이 역사의 전부는 아니지요. 한 가지 기록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리고 그 기록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같은 기록이라도 역사가에 따라 상반된 사실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같은 기록 속에서 다른 역사가들이 찾지 못한 과거의 모습을 발견하는 역사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기록이 가지는 가치는 더이상 강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설사 그 기록이 조작된 것이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따라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작되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기록된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또 보존된 원인을 연구하다보면 기록에 적힌 글자 한자 한자에서 알려주지 않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기록을 읽고 연구하는 역사가가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기록과 관련된 모든 사실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살펴보며 연구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일 역시 기록과 기록 보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 경우이지요.

고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퇴임을 하고 봉하 마을로 내려가신 후 비록 안타까운 사건과 연관되기는 했었지만 우리들은 기록과 기록의 가치 그리고 그 기록을 보존하는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록 보존의 전통을 세웠다는 점에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께서는 역대의 다른 어떤 대통령이 하지 못 했던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기록물 유출을 둘러싼 공방을 통해 퇴임하신 이후에도 국민들이 기록물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 주셨으니 더욱더 그러하지요. 이어지는 정부에서도 기록물 보존과 관련된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런 희망을 가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조차 의문입니다.

여기서 잠시 지금부터 200년 전인 18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지요. 지금 우리가 1809년의 조선 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역시 당시로부터 남은 기록들을 통해서 입니다. 왕조 실록과 당시의 지식인들이 남긴 문집이나 기타의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200년 전 사회의 모습 중 일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살아가던 사회는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려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러이러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리할 뿐이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200년 전인 1809년의 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와 2209년의 역사가가 2009년의 사회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예상되는 정보는 어떻게 다를까요? 달리 말하자면 1809년으로부터 남겨진 기록과 2009년으로부터 남겨질 기록, 특히 그 기록의 양과 질은 어떻게 다를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가 남기고 있는 기록은 그 양의 면에서 1809년과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의 숫자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차지하고라도 값싼 종이와 필기구 그리고 20세기 후반 부터 등장한 정보 기술의 덕분으로 우리는 엄청난 양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관리나 학자들과 같은 사회의 상층부에서만 기록을 남길 수 있었던 200년 전에 비해 지금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일 이 기록들이 200년 후까지 전해진다면 미래의 역사가들은 엄청난 사료의 보고를 물려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남기고 있는 이 기록을 이용해서 미래의 역사가들은 현재 우리가 1809년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더욱 자세하고 정확하게 2009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다양한 기록을 많이 생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는 기록을 미래 세대들에게 제대로 그리고 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관심과 노력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무수한 기록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입니다. 이러한 기록의 보존과 관련해서, 그리고 특히 기록 중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는 기록들의 중요성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음세대재단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지난 2004년 부터 매 년 6월 16일에 실시되고 있는 e하루 616 캠페인이 바로 그것인데요, 업체의 홍보 효과 만을 노리고 일회성으로 반짝 진행되는 무수한 캠페인들 속에서 몇 년간 꾸준히 이 일을 계속하고 계시는 다음세대재단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난 몇 년간 저도 이 블로그를 통해 그 캠페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올 해 역시 내일, 6월 16일에 그 날 하루의 인터넷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캠페인이 열립니다. 매 년 그래왔지만 인터넷의 기록을 보존하는 것 외에도 e하루616 캠페인에서는 매 년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블로거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e 하루 616 블로깅 행사도 하고 있습니다. 올 해의 주제는 "블로거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미래 사회" 입니다. 이 기회를 통해 인터넷과 미래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고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푸짐한 상품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기회를 통해 우리가 미래의 후손들을에게 남기는 기록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말씀드렸지만 사회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시는 블로거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수한 모습들이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습니다. 왕의 곁에서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했던 사관들처럼 21세기 한국의 블로거들은 우리 사회의 수 많은 모습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국가의 공식적인 기록들과 함께 이러한 일반인들의 기록이 제대로 남아서 미래에 전해진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우리와 우리 사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과거의 기록은 우리 후손들에게 참으로 중요한 삶의 지혜를 전해 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남기는 기록을 통해 우리 후손들은 우리가 저질렀던 실수를 살펴볼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실수를 되풀이 하고 안하고는 그들의 선택에 달린 일이겠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기록을 통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생생한 예를 보여 줄 수 있지요.

과연 이처럼 소중한 기록을 여러분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십니까? 블로그에 자신이 올리는 글을 주기적으로 저장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요? 물론 이글루스의 운영진들께서 서버의 관리를 잘 해 주시겠지만 천재지변을 비롯해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이글루스나 여러분들이 가입한 다른 회사의 서버에 문제가 생겨(그럴 일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기록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블로그에 올린 글만이 아니지요. 여러분들이 주고 받은 이메일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각 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 등을 통해 오고간 수많은 이야기들은 그것들이 가진 소통의 도구라는 역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대들을 위한 기록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에 대해 우리는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정부에는 기록 보존소가 있고 또 전문적인 기록관리사(Archivist, 아키비스트)들이 있어서 체계적인 기록 보존을 한다고 합니다만 여러분의 개인적인 기록들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스스로 기록관리사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혹시 초등 학교때 쓴 그림 일기를 아직 가지고 있는 성인이 있으신가요? 20년전 혹은 30년 전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현재를 다시 살펴볼 기회를 기회를 가집니다. 그리고 우리 과거의 기록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뿐만 아니라 우리 뒤에 올 우리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e하루 616 캠페인 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지난 몇 년간 모아진 인터넷 기록들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한 번 둘러보시고  또 자신이 지금 남기고 있는 기록들에게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나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리는 글이지만 그것이 잘 보존되어 미래에 전해진다면 어떤 가치를 가질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 아래에는 이미지의 출처와 이 글을 쓰며 참고한 자료들입니다.
by Clio | 2009/06/15 11:42 | 역사이야기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