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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3   책 표지 이야기 [13]
책 표지 이야기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란 미국 속담이있습니다. 사물을 겉에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요. 실제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표지때문에 다른 책들에 비해 눈에 잘 들어오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이 책 표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것이 책의 판매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책 표지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책 표지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책의 판매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결국 책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대량 생산되고 시장에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의 시작은 책의 대중적인 소비가 시작된 20세기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1935년 영국의 알렌 레인(Allen Lane)이 시작한 값 싼 문고판 펭귄 시리즈가 있지요. 친근한 동물을 로고로 사용하여 한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전체 책들에 대해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고객들에게는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주었지요.

표지의 스타일에는 책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책의 이미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기에는 표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출판사와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하던 많은 출판사들도 결국 책을 팔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표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본격적인 출판붐이 일어나면서부터는 후안 미로나 폴 클레 같은 저명한 예술가들까지 표지 제작에 참가합니다. 일반적으로 책의 저자가 표지를 디자인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지의 제왕' 으로 잘 알려진 톨킨은 1937년 자신의 작품 '호빗(The Hobbit)'에 직접 그린 그림을 표지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음반의 경우 음반이 한 번 나오면 그 음반이 발매되는 한은 같은 디자인을 사용하지만 책 표지는 그렇지가 않지요. 책의 인기가 올라가고 계속해서 신판이 발매되면 그 때마다 책의 표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라는 트레이시 슈발리어(Tracy Chevalier)의 소설이 있습니다. 그리 큰 출판사도 아니었고 저자 이름도 낯설었지만 버미어의 그림이 표지로 사용되어 관심을 가졌었지요. 그리고 서점에서 선 채로 조금 읽어 보니 재미있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이 베스트 셀러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더군요. 그리고나서 어느 날인가 서점에서 보니 이 책의 표지가 버미어의 그림에서 영화 주인공들의 얼굴이 나오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책 외에도 영화화된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랫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의 경우 많은 표지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톨킨의 작품 표지들과 조지 웰스의 우주 전쟁(The War of Worlds)의 표지 모음을 링크합니다.)
이처럼 표지가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매 년 개최되는 출판 관련 시상식에서도 그 해 최고의 표지에 대한 상이 수여됩니다. 아래에는 뉴욕 타임즈의 책 관련 블로그인 papercutsBook Design Review Blog에서 아직 채 끝나지 않은 2007년의 최고 책 표지로 선정한 책 표지를 몇 편 올려봅니다. 모든 표지들이 독자들의 눈을 끌면서도 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드시는 책 표지는 어떤 것인지 한 번 골라보십시오. 저는 개인적으로 심플하게빨간 클립으로만 디자인된 "One Red Paperclip: Or How an Ordinary Man Achieved His Dream with the Help of a Simple Office Supply 라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듭니다.(참고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 책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나 모르겠는데요. 관련 기사 를 링크합니다.)
제가 책 표지에 관한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미국의 속담 때문입니다. 특이하거나 아름다운 책 표지 때문에 독자들이 그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 표지만 아름답다고 책을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책을 읽어보고 내용을 확인한 후 관심이 있을 때만 책을 구입하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 우리는 책 표지가 아름답다고 그 내용을 보지도 않은 채 책을 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 내용을 가다듬고 가꾸기 보다는 책의 겉모습에만 정성을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책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외모나 겉으로 들어나는 학력만을 보고 그 사람이 가진 실력 역시 외모나 학력 만큼이나 훌륭할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형 왕국이니 가짜 학위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일이 계속되었을 때는 작게는 외적인 조건 만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 회사나 학교 혹은 개인의 손해이지만 크게 본다면 국가적인 손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작 실력있는 사람은 외적인 조건 때문에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책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표지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속(실력)을 읽어 보고 판단하십시오.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캐나다의 Flapart라는 업체에서 만들어 파는 특이한 책 표지를 소개합니다. 책을 구입해서 읽을 때 책을 보호하기 위해 책 거풀을 입히시는 분들이 계시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업체에서는 유머러스하고 특이한 책 거풀을 만들어서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만든 책 거풀은 마치 다른 책의 표지처럼 제목도 달려있고 여러 가지 색깔로 디자인도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제목들이 포복절도하게 만듭니다. 혹시 지하철 같은데서 아래와 같은 표지의 책을 읽고 있다면 남들이 어떻에 볼까요? 몇 몇 샘플을 옮겨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는 맨 아래 오른쪽에 있는 영양학 관련 표지^^입니다.)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자료와 이미지의 출처입니다.

by Clio | 2007/09/03 11:39 | 도서관 이야기 | 트랙백(2) | 핑백(1) | 덧글(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