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2 참고 문헌 목록과 인용 표시 [28]
*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한 방문객께서 인용문 및 각 주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셨길래 그 질문에 답하여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대학교 도서관의 참고 봉사대에서 일하며 많이 받는 질문 중 한 가지는 참고 문헌 목록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리포트를 쓰는 일 그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각주 혹은 미주를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그 속에 포함되어야 하는 문헌 정보를 어떻게 표시해야하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고 문헌의 목록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나오면 신입생은 물론이고 3-4 학년 학생들까지도 헷갈려 하고 또 이렇게 귀찮은 것을 왜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실제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교수님들 중에는 이 부분을 아주 꼼꼼하게 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쉼표나 마침표가 하나 틀렸을 때마다 감점을 하는 분들도 계시니, 학생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안틀리려 하는 거지요.더구나 인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그 글은 표절한 글로 취급되고 그로 인해 학생은 퇴학을 당할 수도 있으니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한국에서 대학 학부를 다니며 저는 이와 같은 리포트나 논문 작성법에 대해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눈치껏 선배나 선생님들이 쓰신 논문 보면서 흉내를 냈고 그러면서 하나 둘 씩 배웠지요. 그리고 사실 이 곳 미국에서도 종종 그런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무작정 APA (American PsychologicalAssociation) Style 이나 Chicago Style 혹은 MLA(Modern Language Association) Style 과 같은 형식으로 리포트를 쓰고 각주와 참고 문헌 목록을 만들어 오라고 숙제를 내주는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결국 그 학생들은 도서관을 찾아와서 사서들에게 그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 질문이 하도 많다 보니 아예 저희 도서관에서는 각 스타일 별로 각주 및 참고 문헌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팜플렛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과 학술지 논문 같은 전통적인 형태의 자료만 이용한다면 그래도 큰 문제가 없겠으나 최근 들어 학생들이 정보를 발견하는 소스의 종류가 다양해지다 보니 각 종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몇 백페이지의 가이드북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생깁니다. 가이드북에서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형태의 자료들을 들고 와서 참고 문헌 목록에 어떻게 넣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사서들도 당황하지요. 이럴 때 제가 학생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바로 참고 문헌 목록을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와 어떤 자료들을, 어떤 경우에 참고 문헌 목록에 포함시키고 또 각주나 미주를 통해 인용 표시를 해 주어야 하는가에 관한 안내입니다.
대중적인 소설이나 에세이 등과 달리 학술적인 글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참고 문헌 목록이 달리고 각주나 미주를 통해 인용 정보를 표시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할까요? 먼저 학술적인 글쓰기의 과정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학술적인 글에서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생각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전에 만들어낸 자료들을 인용하기 마련입니다. 자기 머리 속에 있는 혼자만의 독창적인 생각으로 글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요.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논문 속에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이나 생각을 인용하게 되고 그 경우에는 반드시 출처를 제대로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은 "표절" 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가 됩니다.
자신이 생각을 빌려온 원래의 자료에 대해서는 그것의 출처를 밝혀주는 것이 연구자의 양심에 따라 반드시 그래야하는 일이지만 인용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이유 중에는 이와 같은 저자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대로 된 인용 정보를 밝히는 작업이 학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인용 정보가 제대로 표시된 글은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 관련된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 볼 수 있게 해주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그 주제에 대해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용 정보를 표시하는 일은 자신이 글에서 하고 있는 주장에 더 큰 힘을 실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자신의 글에 호응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나 자신의 연구에 바탕이 된 그 분야 전문가의 연구를 언급함으로써 자신이 하고 있는 주장에 더 큰 권위를 실어 줄 수도 있지요. 결국 학술적인 글에서 제대로 된 인용 정보를 표시하는 일은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정확한 문헌 정보를 누구나 알아 볼 수 있게 제대로 표시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APA, Chicago, 혹은 MLA 같은 인용 스타일들은 글 속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정확한 학술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들입니다. 인용한 글의 제목은 무엇이고 저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 발표된 글인지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책 제목은 이탤릭체로 표시하라거나 논문 제목은 따옴표를 치라거나 하는 방법이 만들어 진 것이지요. 이탤릭체로 표시하고 따옴표를 치는 등 하나하나 세세한 규칙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통해 연구자들 사이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소통 방법이 만들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가이드북에서 언급되지 않은 형태의 자료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원칙 즉, 인용한 자료의 출처를 다른 연구자들이 알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표시한다는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제 멋대로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학생이라면 언제나 담당 교수님과 상의하고 또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면 학술지의 편집자들과 같이 고민을 해야겠지요. 그 대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어떤 인용 스타일을 선택하든 적어도 한 편의 논문 혹은 한 권의 책 안에서는 한 가지 스타일만을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글의 서두에서는 책 제목을 이탤릭체로 표시했다가 글의 말미에서는 이탤릭 대신에 책 제목에 밑줄을 긋는 식으로 표시한다면 읽는 사람이 혼란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떨 때 인용 표시를 해야 할까요? 학문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인용표시를 하고 또 그 출처를 참고 문헌 목록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 특정한 문구를 (다른 사람의 글에서) 직접 인용거나 다른 말로 바꾸어(paraphrase) 인용했을 때
- 다른 연구자의 연구나 이론에서 사용된 그 연구자 만의 고유한 용어들을 내 글에서 다시 사용했을 때
- 다른 사람의 주장이나 사고의 흐름을 이용했을 때
- 역사, 통계 혹은 과학적인 사실들을 인용했을 때
- 자신의 글에서 다른 사람의 책이나 논문 등을 언급했을 때
반면 아래에 있는 것과 같은 정보들은 굳이 인용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 속담이나 격언 (예 -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 잘 알려진 문구들(예 -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 상식으로 알려지고 있는 사실들(예 - 대한 민국은 1945년에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생기는 고민은 잘 알려진 문구나 상식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사실들이 학문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종종 과연 이런 내용도 인용표시를 해야하나? 하고 고민이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대답은 "만일 의심이 생기거든 인용 표시를 하라" 는 것입니다. 물론 글을 쓰면서 그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동료들에게 (학생들이라면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같이 상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이처럼 애매하다고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을 경우 표절로 취급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느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인지 그 대답은 분명하지요.
이제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그 방문객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 분의 질문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종종 글을 읽다 보면 A 라는 연구자가 쓴 논문을 B 라는 연구자가 인용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A 의 연구를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B 의 논문을 통해 A 의 연구를 접했습니다. 만일 내가 쓰는 글에 A 의 연구를 인용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경우 가장 큰 원칙은 A 의 논문을 구해서 직접 읽은 후 인용을 하는 것입니다. 성실한 연구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할 일이지요. 그런데 A 의 논문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논문이 오래되었거나 이미 절판이 되어 도서관을 통해서도 구할 수 없는 경우 할 수 없이 "2차 인용(Secondary Citation)" 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반드시 해야 할 일은 A 의 논문은 물론이고 그것이 인용된 B 의 논문까지 모두 언급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래에는 APA 스타일에 맞추어 문장 가운데에서 표시한 2차 인용의 예입니다.
Psychologists claim that psychologists are fun to be around at parties (Halvorsen, 1999; cited in Williams, 2001).
(위의 인용 예에서 나타난 대로라면 이 문장에서 인용된 내용은 Halvorsen 이라는 사람이 1999년에 주장한 것인데 이 글의 저자는 Halvorsen 의 글을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Williams 라는 사람이 2001 년에 발표한 글에서 인용된 내용을 다시 인용했다는 사실입니다.)
학문 분야에 따라 이와 같은 2차 인용을 많이 인정하는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2차 인용의 빈도가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연구자라면 최대한 원전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2차 인용을 하되 그 사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적으로 그것을 적발하기는 힘이 들겠지만 의도적이었건 아니건 간에 2차 인용이라는 것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 표절로 간주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 제가 말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왔으면 반드시 인용 표시를 해야하고 만일 표시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의심이 생기거든 일단 인용 표시를 하라는 것입니다. 아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참고하시면 좋을 만한 자료들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이용한 자료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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