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  도서관  *  책소개  *  인터넷  *  역사  *  세상  *  음악  *  기타

태그 : walkman
2009/07/03   워크맨(Walkman)을 기억하십니까? [86]
워크맨(Walkman)을 기억하십니까?
"(카세트) 테이프에 뒷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사흘이나 걸렸어요. 하지만 제가 저질렀던 순진한 실수는 그것만이 아니었답니다. 처음에는 "메탈/노말" 스위치가 음악 장르에 맞게 설정된 이퀄라이저인줄 알았지요. 그러다가 나중에 카세트 테이프의 종류에 따라 조절하는 스위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이파드에만 있고 워크맨에는 없는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바로 사용자가 아무 트랙이나 자신이 듣고 싶은 트랙을 선택하는 "셔플" 기능이었습니다. 워크맨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어요. 하지만 리와인드 버튼을 누르고 있다가 아무데서나 멈춰서 노래를 듣는 즉석 셔플 기능을 만들었지요. 비록 수고를 해야 했지만 효과적이었습니다."
위의 글은 13살 먹은 영국의 한 어린이가 이제 태어난지 30년이 된 워크맨을 사용한 후 남긴 리뷰의 일부입니다.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요. 80년대 초반에 처음 워크맨을 사용했던 기억이 저도 있습니다. 당시 그 기계에서 흘러나오던 소리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기계 속에서 그처럼 훌륭한 소리가 날 줄은 상상하지 못 했었지요. 큰 오디오 기계에 못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하얀 색 이어폰을 꽂아서 듣던 음악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하얀 색 이어폰이라고 하니 혹시 아이파드의 이어폰을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사용하던 이어폰은 지금도 경찰 아저씨들이 사용하시는 무전기용 이어폰에 가까운 것입니다.)

소니에서 나온 워크맨이 소개된 후 국내에서도 "마이마이"나 "아하"와 같은 비슷한 제품들이 나왔었지요. 그리고 카세트 테잎만 듣던 단순한 모델에서부터 시작하여 라디오 청취와 녹음까지 가능한 마이크가 달린 제품으로 발전했고 나중에는 착탈식 스피커가 달린 제품도 나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청소년들이 mp3 플레이를 가지고 다니듯 당시 청소년들은 워크맨을 들고 다녔습니다. 저 역시 대학에 들어가던 80년대 중반까지도 워크맨을 이용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에 잊혀졌던 것 같습니다.
위에 있는 사진 속에 있는 물건이 바로 제가 사용하던 워크맨 모델입니다. 아마 2세대 정도의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용케 위키피디어에 사진이 올라와 있더군요. 워크맨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플라스틱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장치인데 워크맨을 허리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부품입니다. 그리고 군용 반합 처럼 생겨서 워크맨에 연결된 장치는 예비 배터리 통입니다. 한 쪽 허리에 워커맨과 배터리 통을 같이 부착하면 바지가 내려온다는 느낌이 들만큼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에 가능한한 서로 거리를 멀리 떨어지게 해서 중심을 맞추어 허리에 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워크맨을 허리에 차고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었지요. 그리고 많은 청소년들이 이 제품을 반드시 사야하는 이유라고 부모님께 이야기하던 것처럼 "어학 공부"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었지요. 

지금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아이파드와 같은 기계들과 비교해 보면 그 때의 워크맨은 마치 공룡이라고 느껴질 만큼 큰 덩치에 불편하기 짝이 없던 기계였던 것 같습니다. 카세트 테입을 뒤집어 주어야 하고 원하는 트랙을 제대로 찾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버튼을 한 동안 누르고 있어야 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 사용하던 워크맨에는 단지 음악을 재생하는 기계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고3 시절 야간 자율 학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제가 듣던 음악들을 다시 들으면 지금도 그 날 보았던 도시의 야경과 선선하게 불어 오던 저녁 바람 그리고 어렸지만 저 혼자 세상을 다 알고 있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폼을 잡던 그 시절이 떠 오릅니다. 비록 지금은 과거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물건이지만 그 때 워크맨은 제 몸의 일부였고 저의 안식처였습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어떤 기술이 등장해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듣게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파드로 음악을 듣는 청소년들은 제가 오늘 워크맨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같은 느낌으로 아이파드를 회상하겠지요.


기술이 아무리 빨리 달라져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만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잃어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가슴으로 느낀 후 그것을 남들과 나누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능력입니다.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또 다음 세대는 그 이 전 세대가 남긴 것들을 바탕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겠지요.

위에서 소개한 기사의 전문은 BBC 웹싸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글의 마지막에 이 어린이가 워크맨과 아이파드를 비교한 부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 워크맨에는 A, B 라고 표시된 두 개의 헤드폰 잭이 있어요.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친구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아이파드에서 두 개의 헤드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아댑터를 사야하는데 말이에요."
혹시 워크맨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워크맨 박물관 웹페이지를 한 번 들러 보십시오.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많은 사진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이 글에 쓰인 이미지는 BBC 웹페이지Wikipedia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 얼리어답터 밸리로 이 글을 보내면 욕 먹을 짓일까요?^^


by Clio | 2009/07/03 10:12 | 세상이야기 | 트랙백(3) | 핑백(1) | 덧글(86)